[국민일보] 교회가 예수님 손·발 되어 이웃 섬길 때 지역사회에 희망 불빛

2020-04-28 조회 87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경제활동 위축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절망과 탄식이 깊다.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의 사명을 생각할 때 전통시장과 소외 이웃을 우선 돌보는 공감소비운동이 절실하다. 초교파 목회자 기도모임 ‘말씀과 순명’ 안에서도 공감소비운동을 먼저 주창한 주승중 주안장로교회 목사를 지난 22일 인천 부평구의 교회에서 만났다. 주 목사는 “그동안 모이기를 힘쓴 한국교회이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만의 잔치는 아니었을까 반성하고 있다”면서 “초대교회처럼 흩어져 삶 속에서 예배하고 삶으로 섬기는 방법의 하나로 교회의 공감소비운동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감소비운동의 제안자이다. 

 

“초대교회 시절 부활절은 하루가 아니고 50일이었다. 성령강림절인 5월 말까지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는 기쁨의 절기였다.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 가장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나누자는 것이 공감소비운동이다. 교회가 예수님의 손과 발이 돼 이웃을 섬길 때 지역사회는 작은 희망의 불빛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주안장로교회는 어떻게 하고 있나. 

 

“세 가지다. 먼저 전 교인 대상이다. 인천의 가까운 전통시장에서 성도들이 ‘기쁨의 50일’ 동안 5만원 이상 쓴 영수증을 모아 교회에 제출하면 교회에서 전통시장 1만원 상품권을 추가로 나눈다. 두 번째는 ‘사랑의 물품 박스’ 전달이다. 부활주일 헌금의 일부로 부평시장 상인회를 통해 가구당 1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일괄 구매해 구청과 함께 취약계층에 직접 전달하는 일이다. 물품 구매 때 역시 전통시장을 이용한다. 셋째는 ‘외국인 성도 섬기기’이다. 교회 안에 네팔 몽골 일본 태국 파키스탄 등 9개 외국인 예배가 있는데, 이주노동자이거나 다문화가정인 그들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도록 온누리상품권을 배부한다.” 

 

-성도들은 얼마나 어려운가. 

 

“어젯밤 담당 장로님과 통화해 대책을 논의 중인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이전 주일에 교회가 운영하는 버스는 35대였다. 이 중 1대만 교회 소유이고 나머지는 25인승 유치원·학원 통학버스와 45인승 관광버스들이다. 교인들이 평일엔 생업, 주일엔 교회 운영에 도움 주는 형태였다. 점검해 보니 코로나19 이후 석 달째 차량 운행이 완전중지됐다. 자기 소유 차 한 대로 자영업 하는 분들인데 학원 유치원 통학이 끊기고 관광도 전면 중단되면서 차 번호판을 반납하는 분들도 나왔다. 번호판을 유지하면 세금을 계속 내야 하니 그렇다 한다. 예상치 못한 곳곳에서 어려움이 쏟아져 나온다. 교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교회의 구제 활동을 설명해 달라. 

 

“비전센터 건축을 위해 몇 년간 재정을 모아둔 게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직후 성도들과 협의해 ‘이제 교회의 하드웨어 말고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에 투자하자’고 뜻을 모았다. 우선 건축 재정의 10분의 1을 코로나19 초기 긴급하게 떼어내 구제를 위해 온전히 드리기로 했다. 구약 신명기 속 ‘제2의 십일조’였던 셈이다. 새문안교회 소망교회 온누리교회 영락교회 잠실교회 창동염광교회 장로회신학대 등과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구·경북 소상공인을 돕는 성금을 맡겼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구호헌금에도 동참했다. 우리 교회 내부의 생계 곤란 가정을 지원하는 한편 인천노회 내 자립 대상(미자립) 교회의 임대료, 월드비전 결식아동 급식비, 기아대책의 대구·경북 방호복 지원 등 총 4억여원을 구제 헌금으로 나눴다.” 

 

-지난 2월 예장통합 교단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예배로 전환했다. 

 

“장신대 예배학 전공 교수였는데 2012년 주안장로교회에 부임했다. 주일예배는 고민이 많았다. 이웃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 신앙 지키겠다고 고집했다가 이웃에 어려움을 주면 하나님께서 그 예배를 기뻐 받으시겠는가 생각했다. 올해 72주년인 교회의 표어는 ‘선교적 삶으로 섬기고 치유하는 교회’이다. 다음 달부터 오프라인 예배를 복원해 온라인과 병행한다. 코로나 이후 변화된 환경 속에서 교회가 이웃에게 희망의 불빛이 됐으면 한다.” 

 

 

우성규 기자 / 2020. 04. 28